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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산동 선너머 이야기길 제 1코스 『사색을 위한 산책길』   3월이 지나 4월이 되고 나서야 도시의 한 모퉁이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길 위의 나무들은 본연의 푸르른 색을 찾기 위해 겨우내 무뎌진 감각을 최대한 끌어내어 발끝으로 전해오는 미세한 변화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평일 오후 2시,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시간이다. 아파트 벽면을 타고 흐르던 햇살마저도 봄기운에 취해 연한 빛으로 물들더니 아무도 없는 조그만 놀이터에서 졸음에 겨워 꾸벅꾸벅 졸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이웃기관(선너머종합사회복지관, 서원노인복지관, 완산청소년문화의집)들과 함께 중화산동 “선너머 우리 동네 이야기길(총 3코스)”를 개발하고 몇 번의 체험을 진행한 뒤 손을 놓고 있다가 봄이 돼서야 다시 마음을 내여 1코스를 걸어보기로 하였다.   제 1코스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리며 화산교당 주차장 끝부분에 위치한 화산샘터에서 출발한다. 이곳에는 ‘사색을 위한 산책 길’의 시작점을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화산샘터는 주변사람들에 의하면 중화산동의 배꼽자리라 불렸다고 한다. 아무리 큰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샘에서는 시원한 물이 계속해서 솟아나온다. 보존을 위해 2년 전쯤 수질검사를 실시하였는데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로 판명되었다. 하지만 보존을 위한 조치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미뤄지고 말았다. 인근아이들이 놀면서 돌과 휴지를 집어넣어 직접 마실 수는 없었지만 도심에서 오래된 샘을 볼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참 특별한 경험이다.   화산샘터를 출발하여 광진산업아파트와 전주MBC 사이를 걸어 나오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중화산1동 주민센터와 전주병원을 마주하게 된다. 그곳에서 우회전하여 150여M 걷다보면 왼편으로 근영길공원이 나오는데 개발되기 전 이곳에 방죽이 있었다고 한다. 중화산동은 예로부터 전주8미중 하나이며 궁중에 진상되기까지 한 미나리의 주요생산지였다. 광진산업아파트가 큰 방죽자리였고, 근영길공원이 작은 방죽자리로 이 덕분에 맛좋고 품질 좋은 미나리를 생산할 수 있었다. 그 좋던 미나리는 지금은 평화동이나 김제방면으로 이동하여 생산되고 택지개발 되기 전의 풍경은 찾아볼 수 없지만 옛 모습을 상상하며 가슴속에 담아본다.      그렇게 도심을 50여M 정도 더 걷다 근영중고등학교를 왼편에 두면서 우성근영아파트 뒷길로 들어서면 사람의 발길이 뜸한 한적한 도로를 만나게 된다. 예전에는 도토리골이나 용머리에 사는 여학생들이 등교하는 유일한 오솔길이었지만 사람의 편의를 위해 산의 허리를 끊어 도로를 만들고 아파트를 짓다보니 회색 콘크리트로 막아놓은 한쪽 벽의 높이가 무릎에서 시작하여 20M을 훌쩍 뛰어넘는 곳도 있다. 산이 끊어지는 아픔의 현장은 이렇듯 현재까지 고스란히 남아 이곳을 걷는 모두에게 전해진다.   우성근영아파트를 끼고 산의 허리를 끊어 만든 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뒷골 둥구나무를 마주하게 된다. 시골의 어느 마을이나 이런 나무 하나쯤은 있게 마련이지만 도심에서 개발이라는 경제논리 속에서도 베어지지 않고 남아있다는 것은 하나의 기적처럼 다가온다. 둥구나무는 150년을 넘게 이곳에서 마을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마을의 수호신으로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했을 것이다. 그 고마움을 가슴에 담고 근영경로당을 끼고 돌면 높이 2M 길이 6M의 탱자나무 울타리를 만난다. 탱자나무는 유자나무, 귤나무와 형제간으로 탱자나무만이 열매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는 나쁜 기운을 막기 위해 울타리용으로 흔하게 심었다고 한다. 탱자나무 울타리의 고즈넉한 멋과 그곳에 살고 있는 주인의 품성이 한 폭의 오래되었으나 퇴색되지 않은 수채화처럼 슬그머니 다가온다.   골목길을 빠져나와 횡단보도를 건너고 전주 한일관을 왼편에 두며 오르막길을 걷다 보면 시원한 바람이 피부를 적시며 우리를 먼저 맞이한다. 전주 한일관은 1945년 전주 남부시장에서 문을 연 전주에서 가장 오래된 음식점 중에 하나로 전주8미에 속하는 콩나물을 주제로 한 콩나물국밥과 비빔밥이 유명하다. 4월의 조금은 따가워진 햇살을 등에 지고 한참을 오르다 샛길로 빠져 이름도 모르는 무덤 몇 구를 지나치면 거북이 모양의 받침돌 위에서 구름 속을 거니는 용의 무늬가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는 머릿돌을 쓰고 한껏 위용을 뽐내고 있는 화산서원비를 만나게 된다. 화산서원비는 지금은 사라졌지만 1580년(선조 13년)에 세운 화산서원이 있던 자리를 알게 해주는 비석으로 비문은 우암 송시열이 지었고 글씨는 송준길이 새겨 넣었다. 선너머라는 지역의 명칭은 화산서원너머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 시절의 화려했던 명성은 바람처럼 사라진지 오래고 6.25때 맞은 몇 개의 총알의 흔적을 가슴에 안고 서있는 있는 화산서원비의 모습에서 세월의 무상함을 새삼 느낀다.   도로를 건너 선너머종합사회복지관을 지나 내리막길을 걷다보면 왼편으로 선충사가 보인다. 선충사는 노량해전에서 전사한 이영남 장군의 순국정신을 기리기 위한 사당으로 3개의 문(홍살문, 장의문, 자명문)을 지나 본당(선충사)에 이르게 된다. 계단이 가팔라서 오르기 힘들기는 하지만 젊은 나이(28세)에 조국을 위해 순국한 장군을 생각하면 잠들었던 피가 끓어오르고 늘어져 있던 다리 근육의 힘줄마다 생기가 도는 것 같다. 주위에 심어진 은행나무와 백일홍이 인상적이다.   선충사를 지나 몇 걸음 때면 오른편으로 웅장한 모습의 예수병원과 마주하게 된다. 예수병원은 1897년 마티 잉골드에 의해 성문 밖 은송리(현 완산초등학교 근방)에서 시작하여 현재의 엠마오사랑병원 자리를 거쳐 지금의 위치에 세워지기까지 유생들의 반대, 화재로 인한 손실, 한국전쟁 등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한다. 선교사들의 피와 땀으로 건립된 현재의 예수병원은 건립당시 호남에서 가장 큰 현대식 건물이었다고 하니 그 시절 사람들에게 ‘용머리 고개의 기적’이라 불리 울만 하다.   예수병원을 끼고 돌아 조금만 지나면 선너머 원래길로 들어서게 된다. 서원로 한길 옆 샛길을 선너머 원래길이라 부르는데 선너머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길로 그 시절의 흔적들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아스팔트에 덮여진 길 만은 지금도 남아있다. 그렇게 선너머 원래길을 얼마동안 걷다보면 낡은 기와집 한 채와 마주하게 된다. 외형은 매우 낡아 볼품없어 보이지만 백년 전만해도 신식건물로써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만큼의 예쁜 집이었다고 한다. 선너머에서 오랜 세월 지역과 함께 공존한 세월을 존중하여 후세에도 사라지지 않고 역사적인 자료로써 보존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지금은 지역 어르신의 편안한 쉼터인 서원경로당으로 쓰인다.   서원경로당을 지나쳐 선너머 원래길을 한참 더 걷다가 동신아파트를 지나자마자 동남삼정아파트를 왼편에 끼고 돌면 오르막길이 보인다. 제 1코스의 마지막부분으로 조금은 높아 보이는 이 오르막을 올라 더 걸으면 처음 출발지로 되돌아간다. 사부작사부작 걸었다고는 하지만 도심에서의 따가운 봄 햇살과 아스팔트의 복사열은 어느새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고 다리의 힘도 처음 같지는 않아 마음이 조급해진다. 하지만 50M의 오르막길을 힘을 내어 걸어 올라가고 보니 골목을 빠르게 통과하는 또 다른 색깔의 바람을 만났다. 잠시 멈춰 서서 이 지역이 예전에는 용머리라는 높은 고개와 계단식의 미나리꽝, 공동묘지 등으로 아무나 쉽게 올 수 없는 험한 길이었음을 상기시키고 보니 ‘참 속 좁은 놈의 투정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2시에 화산샘터를 출발하여 3시 35분이 되었으니 다시 이곳에 되돌아오기까지 1시간 35분이 경과하였다. 산책하기에는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더 없이 좋은 시간이었다. 누구든 산책이나 여행을 생각하면 들이나 산, 바다 등 주변을 벗어나는 것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또 그런 곳을 다녀와야만 만족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 가까이에는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귀한 보물들이 산재하며 항상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모든 것은 관심에서 비롯된다. 관심이라는 것은 언제나 무엇인가에 대한 의식의 본질이며 각자가 추구하고자 하는 지향성을 나타내는 말로 인간의 존재에 필요한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오죽했으면 인터넷상에서 악플도 하나의 관심이라고 하며 ‘악플보다 더 심한 것은 무플이다.’라고 관심의 중요성을 역설하였겠는가? 내 지역에 내 이웃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며 다가온다. 우리는 나타나는 그것들의 손을 잡아주면 그걸로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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